( 2011.11.18 작가 문혜자 )
한번에 그려지는 필선 때문에 약간은 삐뚤어진 듯 하지만 긴장감이 돋보이도록 표현한 무지개는 이제 내 그림에서 중요한 오브제가 되었다. 2008년 겨울 자연의 경이로움을 묘사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떠오르게 된 무지개 이미지가 이제는 느낌을 초월하여 나의 그림 속 장식적인 오브제가 되었다.
2009년 여름에 캐나다 여행 중 토론토에서 본 나이아가라 폭포 한 가운데에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진 무지개는 내 일생에서 잊을 수 없는 자연의 경관이 되었다. 물 속에서 나타난 무지개는 무섭게 쏟아지는 물방울 때문에 흐리게 나타나 그리 화려하지도 않고 서로 연결이 완벽 하지 않았으나, 그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나는 한참 동안 눈을 감고 그 느낌을 만끽하였다.
그리고, 어느 암울했던 날 집에 돌아오는 운전석에서 우연히 만난 무지개는 나의 감정을 기쁨으로 바꾸어 놓았다.
앞서 나에게 경이와 기쁨의 감정을 경험케 해 준 그 무지개들을, 나는 수년간 주로 대작을 많이 그리면서 화면의 구성을 서로 연결시키기 위하여, 또는 다른 색상과 잘 조화가 되도록, 적당한 장소에 배치하여 왔다. 그 결과로 나는 무지개패턴이란 용어를 사용하게 될 만큼 자신감이 생겼다. 무지개가 자연 속에 내재하고 있는 속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무지개패턴은 거의 모든 색상과도 잘 조화되고, 어떤 이미지와도 잘 어울린다는 나의 판단이 확고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음악을 표현하는 나의 그림에서 로맨틱한 느낌의 무지개 패턴은 필수적인 오브제 일 수도 있다. 갑자기 나타나서 사라지는 자연의 경관을 정지된 화면 여러 곳에 표현함으로써, 그 느낌을 오랫동안 지속 시키고 싶었다. 7색이 따로 있으면 서로 어울리지 않지만, 가지런히 수평 되게 놓여 있으면 하나의 아름다운 패턴이 된다.
또한 나는 무지개 패턴을 화면의 구성이 균등하게 분할되도록 하는데도 사용한다. 나는 무지개의 강렬한 이미지를 부드럽게 하기 위하여 거친 필선과 틈새기법으로 화면에서 두드러지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누군가는 내게 꼼꼼하게 그리지 않는다고 말할 지도 모를 일이다.
2010 11월 18일 화가 문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