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08.17 작가 문혜자 )
작년 겨울 나는 뉴욕의 브로드웨이 갤러리 초대전 오픈에 참석하기 위하여 뉴욕에 갔다. 다음날 나는 몽드리안이 그린 “브로드웨이 부기우기“를 다시 보기 위하여 MOMA미술관에 들렀다. 노랑바탕 위에 빨간 색의 직선과 점선으로 구성된 그 그림은 예전과는 달리 더욱 더 가볍고 경쾌하게 보였다. 수없이 보아왔던 그 그림이 그날 이후 더욱 친밀하게 다가왔다. 음악을 주제로 표현을 할 때 작가들은 대게 드로잉처럼 가볍게 표현하는 공통점이 있음을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된 것이다. 칸딘스키의 음악을 다룬 표제의 그림도 그렇고, 휘트니 뮤지엄 오브 어메리칸 아트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조지아 오키프의 그림 중 음악을 구상으로 한 작품을 볼 때도 같은 느낌임을 확인하는 기회가 된 여행이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 나는 내가 지금 꾸준히 발전시켜나가고 있는 그림의 형식이 음악의 느낌을 표현하는데 적합하다는 확신을 다른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통해 가지게 된 것이다. 너무나 평범하고 당연한 이론을 내가 왜 이렇게 확인 하고 있는지 바보스럽게 여겨졌지만 한 편으론 기뻤다.
틈새기법을 나의 그림에 적용한 것은 필선의 드로잉 부분을 남기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고 때문에 한치의 실수나 혹은 이 후 고쳐지는 부분이 없도록 필사적으로 그린다. 실수 없이 연주하는 음악의 긴장감과 조화가 어우러진 그 순간을 그림에 적용하여 감상자들이 긴장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하기 위해 드로잉 필선은 한 번에 그려진다. 더 나아가 매우 중요한 부분은 처음의 드로잉 필선을 끝까지 그대로 남긴다. 마치, 몽드리앙의 “브로드웨이 부기우기“에서 점선에 해당하는 부분이라고 나 혼자 생각하며 자신감을 가졌다. 실제로 몬드리앙의 그 그림은 그의 다른 그림들과는 확연히 달라 보였다. 내게 그 그림 속의 점선들은 그 작가가 남기고자 노력한 드로잉 즉, 최초의 구상처럼 보였다.
나는 항상 드로잉 같이 가벼우면서도 긴장과 에너지가 넘치는 그림을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나의 완성된 그림에서 차지하는 노랑색의 바탕에 자주색의 드로잉 필선은 아주 미세한 부분이지만 그것이 주는 에너지가 얼마나 큰 지 잘 알고 있다. 근간에 와서는 자주색의 드로잉이 차지하는 부분을 더욱 더 확대시켜 나가고 있다. 음악이 주는 순간 순간의 예리한 느낌을 전달하는데 매우 적합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치 내가 지휘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2011년 8월 17일 화가 문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