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07.16 작가 문혜자 )
내가 미국에서 회화공부를 할 때 학교근처에 보스톤 현대미술관이 있었다. 나는 그곳에 자주 들러 세잔느, 마티스, 잭슨 폴락 등 유명작가들의 원화를 가까이서 관찰하며 그린 과정을 꼼꼼히 살펴보곤 하였다. 세잔느의 경우, 풍경화나 인물화에서 붓 터치 사이로 많은 틈새를 남기고 있어서 작품이 보다 세련되고 자신감에 넘쳐 보였다. 답답하지 않고 자연스런 멋도 있어 보였다. 특히, 대작의 인물화의 바탕색을 흐리고 약간 어두운 베이지 계통의 색으로 먼저 칠하고 그 위에 세련된 붓 터치로 거침없이 그려나갔다. 붓 터치 사이로 아주 미세하게 보이는 바탕색은 커다란 작품이 자칫 가져올 수 있는 무거움을 여유로 바꾸어 주었다. 작품의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사이즈는 대충 100호 정도인 작품이 있었다. 그는 작품 속 인물의 발 부분의 아주 중요한 부분의 바탕색을 그대로 남겨놓았는데, 나는 그 부분에서 눈을 떼지 못하였다. 나는 사실적인 그림에는 별로 흥미가 없었지만, 붓 터치 사이로 보이는 틈새가 주는 여운을 나의 추상적인 표현에도 적용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메사추세츠 미술대학에서 Edie Read 교수로부터 사사를 받을 때, 그녀는 나에게 캔버스에 빛의 색을 먼저 칠하고 빛이 비치는 부분은 더 이상 채색을 하지 말고 바탕색 그대로 남기라고 지도해 주었다. 빛의 색은 모든 부분이 일치한다고 말했다. 나는 그때 깊은 감명을 받았으며 틈새가 주는 여운을 작품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수년이 지나고 나의 실험은 실제 나의 기법으로 정착되었다. 아주 좁은 일정한 틈새를 남기기 위하여 나는 필사적으로 작업에 임한다. “부분은 전체를 좌우한다” 라는 슬로건을 외치며 정신을 집중한다. 정말 힘든 작업의 연속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단한 위력을 지니고 있음을 감지한다. 이제는 능숙하게 거의 실수하지 않고 빛의 색에 가까운 노랑바탕색이 새어나올 수 있는 틈새를 완벽하게 남겨 나만의 독특한 테크닉을 확립했다. 틈새의 효과를 이용하여 보다 독특한 기법으로 다른 작가들의 그림과의 차별화에 중점을 두었다. 그리고 작품제작에 틈새기법을 사용하기 위해 요구되는 고도의 집중력을 위해 오래 전부터 매일 저녁 30분식 요가 겸 명상을 하며 정신훈련을 해 오고 있다.
틈새를 통해 보이는 빛의 색은 그 색의 보색 계통 이나 어두운 색상들 사이에서 대단한 위력을 가진다. 어떤 부분은 마치 어두운 방의 창문의 틈새로 스며 나오는 빛과 같은 표현 효과를 가진다. 화면 전체에 고른 틈새를 만들어 일종의 추상화의 한 기법 같이 사용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틈새를 남기려고 내가 온 몸을 긴장하며 붓을 놀리는 것은, 마치 연주자들이 무대에서 연주할 때 1초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나의 그림은 음악을 테마로 하고 있고, 나의 틈새기법은 전체 연주자들을 한 데 아우르는 지휘자의 호흡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신한다. 따라서 나는 이 기법을 계속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2011년 7월 16일 화가 문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