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혜자의 회화 그리고 음악-Music for Enchanted Landscape Escape
이번 그의 두 작품들은 World’s End Girlfriend의 앨범 Enchanted Landscape Escape(2007)에서 영감을 받아 그 음악을 작가의 감성으로 옮겨놓은 작품들로 제목은 Music for Enchanted Landscape Escape이다.
이 번에 전시될 작품들은 이전의 작품들이 색채원리에 비중이 컸던 것에 비해 훨씬 더 구상적인 면이 부각되고 드로잉을 통해 만들어진 면들에 동일한 이미지들을 각각 세 면씩 할당하여 조형적 균형을 이루었다. 물결모양의 선들이나 음표는 중심의 원과 주변의 변형된 타원들과 사각형과 더불어 닫힌 구성에서 확장과 발산의 조형으로의 변화를 보여준다.
따라서 이 두 작품들은 색채 이외에 규칙, 반복, 회전, 배열을 조형적 특징으로 하고 이와 함께 동일한 이미지를 세 면에 배분하여 음악적 3화음을 회화적 상징으로 구현하였다.
작가 문혜자는 그의 작품을 통해 음악을 발산해왔다. 그가 발산하는 음악인 작품들은 그 작품에 영감을 준 음악과 “상호텍스트(inter-text)의 관계를 갖는다. 다시 말하면, 그의 회화의 주제이자 영감의 원천이 되는 음악은 그의 회화와 더불어 그의 예술이라는 동전의 다른 한 면을 구성한다. “상호텍스트(inter-text)” 란 기원의 역전으로, 음악이라는 청각적 텍스트가 작업을 통해 시각적 텍스트가 되면서 또 다른 독립적인 텍스트로 자리잡게 되는 것을 말한다.
문혜자의 구상적 이미지들이 배분되어 놓일 면 들은 작업의 초기에 그려진 드로잉들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데 이는 다음과 같은 과정에 의해 만들어진다. 원-타원-늘어남-뾰족해짐-끝이 날카로워짐-구부러짐-선의 중첩-면의 생성 -회전-발산(에코 혹은 울림).
“태아가 배꼽을 통해서 자라나듯이, 신은 배꼽을 통해서 세계를 창조하기 시작했고, 배꼽으로부터 세계는 온 방향으로 퍼져나갔다.”
원은 어떤 유연한 닫힌 형태의 궁극적 출발점이다. 이 형태의 변형은 결국 열린 형태 즉 발산으로 향하는 데 문혜자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선의 물결들과 그 위를 떠다니는 음표들은 작품이 본래의 텍스트인 음악에서 온 것임을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발산과 울림을 나타낸다.
변형된 원들로 나누어진 면들에 세 면씩 배분된 동일한 이미지들의 안정적 삼각형구조와 주변의 물결은 방사형으로 뻗어나가면서 공간의 시각적 확장을 이루고 있다. 더불어 그려진 음표들은 마치 물결이 오선지인 양 눈앞에 이미지들을 연주한다.
2009년 8월 15일, 조소영(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