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monielehre-(문혜자 작가의 회화 그리고 음악)
문혜자 작가의 작업실에서 필자는 떠다니는 감성의 언어와 엄격한 논리의 몸짓이 음악과 어우러진 이상한 나라(Wonderland)에 도착한 호기심 가득한 앨리스였다. 작가는 자신의 회화작업은 몬드리안의 구성과 마티스의 자유로움을 추구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녀의 회화를 음악과 함께 고려하지 않고 이해하려 한다면 절반의 감상에 만족해야한다. 작가가 추구하는 “몬드리안에서 마티스”가 그녀가 들으며 작업의 에너지로 삼는 곡들과도 분명한 연결점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문혜자작가의 작업을 음악을 매개로 풀어내고, 두번째로 작가의 회화적 기법을 현대음악의 선구자라고 할 수있는 쇤베르크의 12음계 원칙및 몬드리안 마티스 회화의 형식적 요소와 연결하여 살펴본다.
I. 작가 문혜자의 작업과 음악
문혜자 작가는 작품의 제목을 따로 정하지 않고 작품의 구상에 도움을 주었던 악곡의 이름을 차용한다. , , 그리고 등을 포함하고 있는 이들 최근 문혜자작가의 근작들은 모두 현대음악에서 작품의 모티브를 얻었다.
연주곡 는 존 아담스가 1985년 작곡한 것으로 아놀드 쇤베르그의 조화의 원리를 담은 책, ‘조화의 연구’라는 독일어를 따서 곡명을 붙였으며, 이 작품은 쇤베르그의 화음의 원리와 미니멀리즘을 결합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작가가 이 곡을 들으며 작업한 작품들은 대작이 많았다. 아마도 이 곡이 근대음악의 선구자 아놀드 쇤베르그의 원칙적 화성으로 시작하여 중반부부터 후반에 이르는 부분에는 감정의 표현이 격해지며 미니멀에서 벗어나는 형식의 파격을 보여주는 데, 이른 바 두 시대의 사조를 아우르는 음악적 결합을 이루어낸 작품이다. 작가는 이 곡을 들으면서 작품를 통해 작가의 궁극적 바램인 몬드리안에서 마티스라는 회화에있어서 구별되는 두 사조의 결합을 꿈꾸었을 것이다.
는 작가가 좋아하는 음악가인 Bjork의 음악을 들으며 그린 작품들이다. 1979년 jazz fusion group인 Exodus로 첫 앨범을 낸 Bjork는 여러 음악 형식을 넘나들며 인생의 즐거움, 가벼움, 감동 등을 신비롭고 현대적인 전자악기에서 하프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악기들을 가지고 방랑자의 목소리로 여러 가지 감정들을 한 번에 쏟아낸다. 작가 문혜자 역시 라는 작품을 통해 다양한 감정들을 한 화폭에 담아내려하였고 그로인해서 인지 다른 작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붓질의 밀도가 짙고 색이 두껍다.
작가의 최근 작품들 가운데에서 보다 더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는 의 음악은 World’s End Girlfriend 라는 일본의 카츠히코 마에다라는 작곡가의 앨범중 하나이다. Bjork와 World’s End Girlfriend의 공통점은 아마도 그들의 손에 잡히는 것은 모두 악기가 된다는 점과 신비한 음색으로 여행자의 관조적 운율이 매력적이다. 작품 는 음악에서와 마찬가지로 화면 안에서 붓놀림의 속도가 다양하고 색감의 두께 역시 일정하지 않아 시각적 긴장과 풀어짐이 화려한 색감의 여행을 돕는다.
II. 문혜자가 추구하는 회화작업-몬드리안과 마티스
실재를 표현하기위하여 변화하는 자연적 요소를 제거하고 구성적 요소만 추출하여 신조형주의를 완성한 몬드리안과 강렬한 원색의 효과를 보색대비를 통해 극대화 하여 사용한 야수파의 마티스는 얼핏 조화를 이루기 힘들어보이지만, 작가 문혜자는 작품을 통해 원칙적 회화의 자유로운 표현이라는 작가 고유의 조화를 보여주고있다.
일단, 그녀의 작품에서 일관되게 적용시킨 회화의 두 가지 원칙, 즉 한가지 보색과 두가지 계열색이라는 첫 번째 원칙과 작품이 완성된 후에도 밝은 연두의 바탕색이 드러나도록 한다는 두 번째 원칙을 엄격하게 고수하면서도, 자유롭고 즉흥적인 붓놀림과 구성으로 영감을 표현한다. 존 아담스의 에서는 서로 다른 음악적 사조의 결합을 병렬적으로 표현하였다. 하지만 음악과는 달리 회화에서는 시간적 흐름을 하나의 공간에 표현해야하므로 형식과 내용의 면에서 접근해야한다.
문혜자는 위에서 언급한 회화의 원칙을 기본적인 형식적 요소로 차용했으며, 이는 몬드리안이 실재를 표현하기위해서 최후까지 남겨두었던 수직과 수평의 요소처럼 작가에게는 불변의 규율과도 같다. 그녀가 사용하는 화려하고 맑은 색감의 자유로움 뒤에는 작가가 고집해온 색 사용의 원칙인 한 가지 보색과 두 가지 계열색들이 자리잡고 있다.
음악의 모더니스트 아놀드 쇤베르그(1874-1951)는 12음계가 하나의 음열에 모두 나타나야한다는 원리를 내세우며, 각 각의 모든 음에 절대적인 평등성을 부여했다. 이러한 미니멀적 원칙은 작가 문혜자의 두 번째 원칙과 상통하는 것으로, 그녀는 흐르는 음악에 마음을 집중하여 손끝의 붓이 화면 위에서 춤을 출 때에도 항상 균형을 염두에 둔다. 화면을 돌려가며 처음 스케치한 바탕에 지나치게 색감이 치우쳐지지 않도록 표현의 절제를 통해 엔트로피를 높힌다. 바탕 색과 스케치가 화려한 색의 움직임과 더불어 꿈틀거릴 수 있도록 같은 공간적 배려를 잊지않는다. 작가에게는 바탕색, 밑그림, 색감들이 모두 작품의 일부이고 동등한 가치를 갖는 회화적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넘치는 감성에 회화적 요소의 평등한 배려를 혼합하여 몬드리안에서 마티스까지가 아니라 몬드리안과 마티스의 조화라는 멋진 세계를 화폭에 담는다.
조소영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