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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27일

2010-09 문혜자작가 진화랑 전시리뷰 [글 조소영(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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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4일부터 9월 4일까지 진화랑에서 문혜자 작가의 작품들이 3부연작으로 나누어 전시되었다.  이 전시는 작가의 작품들 가운데 2008년에서 2010년에 제작된 회화 작품들로 World’s End Girlfriend라는 post-rock그룹의 앨범들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었기에 작가는 전시의 제목도 그대로 차용했다. World’s End Girlfriend는 즉흥적인 작곡과 편곡, 그리고 전자음악과 같은 현대적 악기와 클래식한 현악의 조화롭고 자유로우면서 동시에 진지한 음악성으로 유명하다.  이 그룹의 음악은 문혜자 작가의 그림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화두인 즉흥성, 그리고 추상과 구상을 넘나드는 무경계를 향한 진지한 고찰과 그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필자는 다른 일정 덕택에 마지막 날에야 그 그림들을 볼 수 있었다. 필자는 작가의 그림을 좀 더 잘 이해하려고 작가가 화폭에 옮겨놓은 음악들을 자주 들어 보았다.  하지만 굳이 그 음악들을 듣지 않아도 그녀의 그림들은 이미 음악이었다.  문혜자 작가의 그림들은 캔버스 위에서 숨을 쉬면서 움직이고 노래하고 있었다.

●연작 Music for Dream’s End Come True는 World’s End Girlfriend의 Singing under the rainbow를 떠오르게 하는 작품들로 전시를 이루고 있다.  밝고 기운차며 희망찬 미래를 암시하는 이미지들(새, 종, 기운차게 달려나가는 인물, 만개한 꽃,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과 더불어 놀랄만한 것이 담겨있을 법한 상자들은 미래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보태준다.  음표들이 둘레에 오선지와 같은 물결 위에 넘실거리고 화면을 가로지르는 강물 위로 지나가는 배들은 작가의 미지의 세계를 향한 부푼 동경을 리듬감 있게 표현하였다.  보는 내내 기분 좋은 흥분을 가져다 주는 연작들이다. ●연작 Music for Enchanted Landscape Escape는 1부에서 등장하는 만개한 꽃과 밝은 아침의 노래와 대비되는 낙화와 몽환이 중심테마이다. 떨어지면서 흩날리는 꽃잎들이 화폭 위에 넘실거리고 평온한 별빛 아래 잠에 빠진 인물이 꿈을 꾸는 데 그 옆에 작가의 이름이 영문으로 Moon 이라고 그려져 있어 달밤인가 별밤인가 재미있기도 하다고 생각했다. 2부의 연작들은 꿈속에서 비현실적인 단편들이 비논리적으로 연이어 일어나듯이 고요하면서도 고요를 깨는 작고 분주한 움직임들이 꿈의 논리로 배열되어있다. ●연작 Music for Mass Murder Refrain의 배경이 되는 음악은 Palmless Prayer/Mass Murder Refrain 이라는 WEG 와 Mono의 협력앨범이다.  이들은 2003년 나치의 홀로코스트(The Holocaust)를 보고, WEG가 오케스트라 편곡과 현악 구성을 담당하고, Mono는 암울하고 파괴적인 Noise를 채워 만들었다고 한다.  어둠에서 슬픔, 그리고 희망으로 흐르는 서사시적 앨범인 이 작품을 문혜자 작가는 오랫동안 몰입하여 들으며 작업을 했다고 한다.

2008년에서 2010년에 제작된 문혜자의 회화작품들을 한 자리에 모은 이번 진화랑 전시를 통해 작가는 음악의 회화적 변주를 어떻게 연주하는 지 보여주었다.  

– 글 조소영(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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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7일

    “마티스의 색감과 몬드리안의 차가운 추상”이 화두였다는 이번 연작은 문혜자의 화가로 출발한 시점부터 작가의 마음에 자리잡고 있던 긴 사색을 여미는 작품이라고 하겠다. 문혜자 작가에게 마티스와 몬드리안은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우선, 마티스는 음악이 소리의 고유한 특징을 살리는 데 힘쓰는 것처럼, 미술은 색채의 아름다움을 살리는 구성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그 자신이 색을 섞지 않고 순수한 색감을 살리려고 노력했으며, 디테일을 과감히 생략하는 구성으로 주제에 몰두하려 노력했다. 위의 마티스에 대한 설명은 문혜자 작가의 색채의 사용과 주제를 위해 디테일을 생략하는 과감한 구성까지 닮은 점이 많다. 특히, 이 번 <Composition of two light sources> 2019의 경우에는 점, 선, 면, 색채라는 최소한의 회화적 요소만으로 작가의 에너지와 역동성을 표현하고 있다. 광원은 면의 구성과 색의 대비를 통해 그 존재를 인지할 뿐이다. 화면 위에 자유롭게 뻗어 있는 광선들의 방향이 두 개의 다른 출발 점이 있음을 추측케 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는 두 개의 광원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광선들은 힘차게 뻗어간다. 어디로든… 그렇다면 두 번 째, “몬드리안의 차가운 추상”은 문혜자작가의 작품에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몬드리안은 데 스틸운동의 창시를 통해 “우리가 무언가를 충분히 분석하고 단순화시키면 그 본질에 도달한다.”고 피력하였다. 사실, 문혜자 작가는 2015년 작가노트에서 몬드리안의 <브로드웨이 부기우기>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했는 데, 그녀가 몬드리안의 작품을 보고 놀란 것은 화면을 가르는 직선들과 점, 색채가 화려하게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듯 보였기 때문이다. 작가는 계속해서 관람객들이 그녀의 작품을 통해서도 그러한 자유로운 충만을 느끼기를 바란다고 (2015년 작가노트) 했다. 마티스와 몬드리안은 그녀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두 개의 광원이고, 그녀가 추구하는 예술의 모티브이다. 오랫동안 분석하고 관찰하고 구현해낸 장식적이며 동적인 충만한 에너지를 오로지 점과 선과 면, 그리고 색채로 표현하여 “모든 것으로부터 얽매이지 않고 … 어떻게 그려야 가장 자유로워지는지” (2000. 4월 작가노트) 항상 고민해온 결과물이 이 번 <Composition of two light sources> 2019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조소영 2019.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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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1일

    화가 문혜자의 비움의 철학에 의미를 두면서 계속 되었던 2018년의 compositon 작품들은 여전히 진화 중이다. 화면의 분할을 실험하고 광원을 화면밖으로 옮기며, 빛에 관한 천착을 계속했던 작가가 최근 2018년 12월에는, 캔버스의 테두리로 뻗어 나가는 빛살들의 중심, 즉 광원이 그려져 있던 곳에 광원을 그리지 않고 대신 주변부에 점선형태로 원들을 그려 넣었다. 이 주변부의 중첩된 원들은 빛의 파동을 연상시킨다. 중심은 바탕색 그대로 내버려 두고 파동의 원들을 여러 겹 그리거나, 중심이 오히려 약간 더 어두워지고 주변부의 점선형태의 원이 진하고 선명하게 퍼져 나가는 밝은 파동들이나 혹은 나이테로 보이는 점선들을 그린, 이렇게 두 가지 타입의 작품이 최근 작가의 작업이다. 기존의 작품에서 보였던 강렬한 광원은 역동적 힘의 원천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이 새로운 시도는 정 반대의 개념으로 보이는데, 중심부의 색감이 차분하고 어두워 짐에 따라 기존의 작품에서 보였던 시선의 확장과 퍼짐이 후자에서는 중심으로 모이는 시각적 효과를 준다. 역동적 힘의 방향이 밖이 아니라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처럼 보인다. 이 이전의 작품들이 빛의 발광에 중점을 두었다면 후자는 빛의 수용체, 다시 말해, 빛을 감지하는 기관인 눈의 홍채처럼 시선도 빛도 중심으로 수렴하게 된다. 매우 흥미로운 작품의 변화이다. 이전에는 작가가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역동적이고 즉흥적으로 자신의 창의적 에너지를 발산하려 했다면, 이제는 작가의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 있어서도 다분히 관조적이고 사색적으로 바뀌었다고 추측해 볼 수 있는 작품의 변화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작가의 작업과 늘 함께하는 음악이 최근에는 문혜자 작가의 딸인 음악가 이영임이 제작한 <법흥: 한 바퀴 인생>이라는 앨범*(법흥스님 작사/ 이영임 작곡)이다. 여기엔 법흥 스님의 시에 이영임 선생이 곡을 붙인 작품들과 아름다운 명상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불교음악과 함께하는 문혜자 작가의 작업이 이제는 어디로 나아가게 될지 작가의 쉼 없는 행보에 감탄을 멈추기 힘들다. 2018-12-29 조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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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5월 14일

    <Composition –비움의 철학>(2018)에 관한 짧은 생각들 <Music for charms of the night sky 005> (2016), <The Sun series> (2017), <Composition series> 소품 (2017)에 이어서 대작 <Composition- 부제: 비움의 철학>(2018)을 통해 문혜자 작가가 보여주는 빛에 관한 철학 – 평론가 조소영, 2018 지난 3년간 작가 문혜자의 작품은 하나의 주제인 빛으로 같은 듯 다른 듯, 캔버스 위에 다양한 시점과 색채를 펼쳐 왔다. 해마다 빛에 관한 작가의 천착을 따라잡는 것 또한 나에겐 늘 새로운 도전이었다. 작가의 가장 최근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Composition –부제: 비움의 철학>(2018)은 작가가 지난 몇 년간 화두로 삼았던 빛, 몇 년 전 작업실에서 집으로 향하던 작가의 눈과 조우했던 가로등 불빛, 그 빛이 작가에게 불러일으켜 주었던 설렘과 기쁨의 순간을 캔버스 화면에 담으려고 했던 (위에 열거한) 전작(前作)들의 묶음이자 정수이다. 문혜자 작가의 회화적 구성력은 매우 논리적이어서 작품을 구성하는 회화적 요소들을 자유자재로 더하거나 빼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낸다. 작가의 최근 작인 Composition (대작)의 부제는 “비움의 철학”이다. 전작들에서 작가가 한 일은 작품 안에 그간의 작가가 천착해 왔던 빛의 구상들을 담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 번 작품에서 작가는 빛에 관한 요소들을 아름답게 채우고 정작 광원에 관한 한, 어떤 묘사도 담지 않았다. 즉, 그리지 않아도 당당히 존재하는 광원의 실존을 드러내는 작품이라고 하겠다. 2016년의 작품 <Music for Charms of the Night Sky 005>에서 시작된 순수한 빛의 경험에서 시작된 빛을 향한 이끌림과 집중, 2017년 연작<The Sun>과 <The Light>에서 보여준 빛의 성질 가운데 1)광선은 직진한다. 2) 빛은 입자이다. 이 두 가지 빛의 성질이 만들어 내는 공간적 효과, 그리고 2017년 후반부에는 composition series 소품을 통해 직진하는 광선이 색의 입자로 이루어져있으며, 그런 개별 선들이 곡면을 이루며, 화면의 분할을 통해 빛이 얼마나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는 지 보여준다. 지난 몇 년간, 세 가지 작품들의 구성적 요소들이 <Composition- 부제: 비움의 철학>(2018)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작가의 마음을 순간에 사로잡았던 광원이 이 번 작품의 중심에서 관람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으며, 뻗어 나오거나 수렴하는 듯한 광선의 공간적 효과는 2017년 <The Light>의 것과 닮았으며, 소품 <Composition>(2017) 의 직선 면 분할이 이 번 대작에서는 곡선 분할로 변용되었다. 이렇듯 지난 3년 간의 작가의 빛에 관한 천착이 이 번 작품에 집대성 되었으면서도, 그 간 작가의 작품에 오랜 시간 등장해 왔던 이야기나 설명을 모두 내려놓았다. 화려한 색들의 조형적 이야기들은 몸을 감춘다. 작가는 ‘빛은 거기에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냥 ‘비워두었다’. 작가의 연륜과 성찰이 드러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