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문혜자가 색깔에 대담한 것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그녀의 열정으로 가득한 캔버스는 짙은 녹색과 불붙는 듯한 주황색과 함께 바탕의 노란색과 파란색들을 온통 빨아들이고 있다. – 그녀는 심지어 그녀의 추상작품들의 한 가운데 꽃잎들과 로켓포를 실은 배들과 함께 작은 무지개 무늬 행렬도 포함시킨다. 그녀의 커다란 그림들은 그 역동성으로 몸부림치면서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휩쓸어서 멍하게 만든다. 마지막 도약과 턴을 하고 있는 무용수처럼, 관람자의 눈은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꽂혀가면서, 어느 한 군데의 맥동하는 이미지에 안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과 같은 작품의 경우 한나 호흐(Hannah Hoch)의 콜라주를 떠오르게 하며, 오브제의 감성이 스며있다. 그려졌음에도 마치 붙여 넣은 듯한 질감의 무작위로 보이는 오브제들이 캔버스의 선들의 흐름을 끊고 있는 데, 이것이 그림에 열정적 에너지를 고조시킨다. 그렇듯 콜라주 같은 오브제들로 둘러싸인 공간들은 오브제들 스스로 그 그림을 완성하는 만큼이나 힘든 작업이다. 그 공간들은 캔버스가 붓질들 틈에서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면서, 작은 쉼터의 역할을 한다. 그 공간들은 음지의 공간이라고 일컬어 질 수도 있으나, 그곳은 화폭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꿈틀거리는 선들과는 상당히 대조적이지만, 그곳 역시 움직임의 공간이다. 문혜자의 작업양식을 총체는 바로 움직임이라는 것을 사선을 축으로 모든 것이 움직이는 그림을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 Music for Yearning(1206) 130x162(cm) 2012 Oil on Canvas.>
화가 문혜자와 함께 앉아 그녀가 예술을 창조하는 데 차용한 방법과 철학을 간략하게나마 토론하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질 스미스: 얼마나 오래 그림을 그려오셨나요? 그리고, 어떻게 오늘날 당신만의 독특하고 매혹적인 화법에 도달하게 되셨는 지요?
문혜자: 초등학교 3학년 때 공모전에서 특선을 하면서 나의 소질이 본격적으로 인정되고, 지금까지 나는 화가로서 생활 했다.
후기인상파의 대가 세잔의 그림에서 본 붓 터치 속의 미세한 여백에 매료되어 그것을 나의 추상회화의 기법으로 삼고 싶었다. 캔버스 위의 그리지 않고 남겨지는 공간이 얼마나 에너지 넘치는 표현을 가능케 하는 지 보여주고 싶었다. 그것은 고쳐지는 과정의 그림이 아닌 즉흥적이면서 철저하게 계획된 공간이기도 하다. 즉 음악의 즉흥적인 연주가 발산하는 에너지를 나의 그림 속에 도입하고자 했다. 호흡과 무 호흡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주자들의 퍼포먼스를 나의 추상회화로 표현하기 위하여 지난 15년간 끊임없이 도전과 실수를 반복하면서 나는 나만의 독특한 테크닉 개발에 주력했다. 즉 호흡하는 그림이 바로 그것이다.
질 스미스: 관람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습니까?
문혜자: 나의 그림 속의 슬로건은 “부분은 전체를 좌우한다” 이다. 채색된 부분에 인접해 있는 그 공간이 아무리 미세해도 그 중요성은 참으로 크다. 즉 세필로 그려지는 나의 모든 그림은 이렇게 남겨지는 공간이 가진 에너지를 표현하기 위함이다. 실수 없는 표현을 위한 철저한 계획이 우선이다. 그것은 음악회에서 연주자들의 퍼포먼스와 일치한다. 삶의 에너지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과정에서 표현된다. 나는 세필로 움직이는, 그러나 아주 자유롭게, 표현되는 제작 과정은 그 자체로 관람자에게 무한한 젊음과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나의 그림을 통하여 관람자들은 살아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주로 현대 음악이 가지고 있는 혼돈과 조화의 스토리를 통하여 내 그림이 리듬 속에서 춤추는 듯 , 그러한 표현으로 현대인의 좌절과 희망, 그리고 사랑과 탈출을 전달하고자 한다. 호흡에 의하여 움직이는 그것은 영원한 에너지이다. 우리가 숨을 멈추면 죽듯이 … 나의 그림은 숨을 내쉬며 그것이 품은 에너지를 발산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