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혜자의 그림으로 표현된 음악
아더 도브와 조지아 오키프같은 20세기 미국 추상화가들이 자연의 리듬과 움직임을
포착하기 시작했을 때 그들은, 입체파의 영향을 받았으며 유럽에 있는 그들의 동료작
가들이 좋아하던 좀 더 흔한 기하학적인 형태와는 사뭇 다른 유기체적 형태를 도입했
다. 매사추세츠 미술학교에서 수학하고 뉴욕과 북동부지역에서 폭넓게 전시활동을 한
문혜자는 소호의 웨스트 브로드웨이 415번지에 있는 아고라갤러리에서 최근에 개최한
그녀의 전시회에서 그러한 초기의 유기체적 추상화가들과 맥락을 같이하는 듯해보였다.
하지만 문혜자는 자신의 유기체적 형태들을 가지고 다른 방면으로 눈을 돌린다. 자
연이라기 보다는 고전음악과 재즈음악이 그녀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그녀는 즉흥적 재즈음악의 자발성뿐 아니라 스트라빈스키와 쇤베르그의 전위적인 교
향곡과 비슷한, 에너지와 복잡성을 전달해줄 수 있는 시각적 언어를 추구한다. 그리하
여 그녀는 자신의 채색조각에서뿐 아니라 유화작품에서도 어두운 색과 불꽃같은 색이
조합되어 역동적으로 꿈틀거리는 구조를 만들어내는데 훌륭하게 성공한다. 결국 그녀
의 채색조각도 그녀가 추구하는 바를 3차원적으로 화장한 것이다.
그녀의 작품에서 작가가 표현한 색채의 강렬함은 중앙의 형태에서 드러나는데, 이것은
어울리지 않게 밤하늘을 배경으로 떠있는 태양처럼 이글거린다. 여기서 낮과 밤의 성
질이 색채와 에너지와 빛의 주술적 종합을 통해 서로 뒤섞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에서는 재즈 음악 연주 중에 저절로 나타날 수 있는 두 가지 타입의
음악의 경연이라는 개념이 절묘한 비례를 이룬다. 이 작품에서 화려한 형태들은 불꽃
같은 모양에서 피어나서 서로를 능가하려 애쓰는, 점차 불협화음이 되어가는 선율처럼
위로 솟는다. 이러한 영감을 주는 음악처럼 문혜자의 작품은 파격적인 양식으로 일관
성을 유지하면서도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에서는 제목의 둥근달을 화면의 왼편 위
에 표현하고 짙은 적색의 앙상한 나뭇가지가 이것을 가로지르는 밤 풍경이라는 느낌을
준다. 작가 자신은 자기작품의 형태들을 그처럼 분명하게 해석하고 있지 않지만 관람
자에게 이 그림 속의 암시적인 요소들은 컨트리 블루스에서의 재즈의 기원을 암시할
수 있다.
반대로 기이한 형태들이 아르누보 식으로 표현된 또 다른 유화인 은 듀크 엘링턴의 주
요 작품 가운데 한작품에 나타나는 대조적인 도시적인 세련미를 암시한다고 볼 수 있
다. 이 그림과 앞의 그림에서 문혜자는 시골의 여인숙에서 수수하게 시작하여 결국 재
즈가 유럽의 고전음악과 동등하게 대접받는 커다란 연주회장에 당당하게 이르는 음악
적 진화과정을 우리에게 안내하는 투어를 하고있는 셈이다. 그러나 비록 작품속에 그
러한 상상의 내용이 담겨있긴해도 문혜자의 그림들은 독특한 회화적 감수성을 독자적
인 추상으로 표현한 순수하게 형식적인 언어에 대한 관심도 유지하고 있다.
마리 R.파가노 / 번역 : 하계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