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10.01 작가 문혜자 )
내 그림에서 무희의 춤사위는 내용과 형식의 부분에서 크게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작품의 내용 면에서, 각각의 주제가 되는 음악과 무희의 춤사위는 서로 맥을 같이한다. 그리고, 나는 캔버스 위에서 삼각형의 3개의 꼭지점에 해당하도록 무희의 위치를 배치한다. 그것은 내 작업에서 네모의 틀을 깨트리는 역할을 한다.
위와 같이 무희라는 요소는 작품에 큰 역할과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위에 많은 이야기 들이 그려지고 색채가 화려하게 펼쳐져도 무희의 자태가 혹여 묻혀 버리지 않도록 무희의 자주색 드로잉을 끝까지 유지하며 긴장감을 잃지 않고 무중력의 공간에 떠 있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나는 나의 맨 처음 붓 놀림을 존중한다. 무희를 드로잉 할 때 나는 나의 능력을 믿고 머리부터 발 끝까지 한번의 시작으로 잠깐 동안 끝낸다. 때로는 드로잉이 약간은 서투르게 표현되어도 고치거나 지우지 않고 처음에 그려진 형태 그대로 유지한다. 이것은 나의 그림 기법에서 내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점이기도 하다. 그 붓 놀림의 흔적이 수정되고 고쳐 그려진다면 맨 처음의 긴장감과 속도감이 끊어지거나 느려져 음악적 표현에는 적합하지 않고 에너지가 결여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맨 처음 붓 놀림에 대한 믿음은 어쩌면 예전 조각가시절의 버릇에서 왔을 것이다. 예전 내가 통나무로 조각을 할 때 나의 슬로건은 “불 확실함의 신뢰” 였다. 왜냐하면 나무 조각의 경우 조각도로 한번 조각한 덩어리는 결코 다시 붙지 않으며, 나무가 품고 있던 옹이라도 만나게 되면 순간적인 재구성을 통해 그 형태를 품거나 버려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나의 행위에 신뢰감을 가지고 예상치 못한 우연적 순간에도 즉흥적으로 대응하는 지혜와 의지가 필요하였다.
음악은 삶에 에너지를 부여한다고 나는 믿고 있다. 음악회에서는 연주자들의 긴장과 여유 그리고 열정의 희비가 관람객 또는 감상자에게 숨을 죽이고 음악에 빠져들게 한다. 그런 음악이 주는 에너지를 화폭에 구현하기 위해 나는 무희의 춤사위를 통해 긴장과 열정 그리고 거침없는 속도나 주저함 등을 솔직하게 옮기도록 노력한다. 근간에 와서 나는 좀 더 잘 보이는 돋보기를 착용하여 그린다. 아주 거칠거나 아주 예리하게 다양한 표현으로 그리고 싶어서이다. 거칠게 그려져야 할 부분도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하여 최선을 다한다.
끝으로, 나의 모든 그림에 등장하는 무희는 처음 언급한 두 가지 의미 외에, 현대음악에서 부딪치는 불협화음처럼, 작품 속에 불현듯 나타나서 우리 안에 잠자고 있는 감성을 깨우는 요소이기도 하다.
2011 10월 1일 화가 문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