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 작가 문혜자 )
빛과 소리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파장일 것이다. 오랫동안 음파의 파장과 소리의 시각화는 나의 주된 작업 소재였다. 작품마다 특별히 선곡한 음악을 들으며 그 심상들을 캔버스에 옮기며, 그 선율과 나의 이야기들이 어울려 춤추게 하는 것은 내 작업 공간에서 너무나 익숙한 행위였다. 그리고 이제 나는 작업실 밖에서 빛의 파장을 본다. 그 아름다운 빛의 노랫소리는 나에게 빛의 꽃이 되어 피어 오른다.
작품 이전에 나의 천착의 대상은 귀갓길 저녁, 도시의 불 빛이 만들어내는 화려한 빛의 풍경이었다. 움직이는 자동차 안에서 바라보는 가로등의 불빛은 내 시야에서 꽃송이들처럼 흔들렸고, 나는 그렇게 도시의 빛들을 향유하며 밤의 어둠이 선사하는 배경에 수를 놓는 인공적인 빛들을 향해 연신 감탄하였다. 나의 시선은 이제 나를 향해 스치는 다가오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로 옮겨갔다. 화려하지만 고독한 한 밤의 도시가 주는 배경에 파장을 증폭시키며 내 눈앞에 도발하듯 나타났다 스쳐가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들은 마치 아름다운 꽃이 만개하여 피었다가 시들어도 눈에 남아있는 잔상처럼 캔버스에 옮겨 놓을 때까지 그냥 그렇게 내 마음에 그려져 있곤 했다.
나는 작품에서 밤 거리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를 특히 공들여 묘사하였다. 연못에 던져놓은 돌멩이가 잔잔한 수면 위에 파문을 퍼뜨리듯이, 자동차 전조등의 빛의 파장도 마치 한 송이 꽃이 만발하듯 중심에서 주변으로 번져간다. 한 밤의 도시에서 내 시야에 들어오는 그 매력적인 광경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조형적인 언어로 재해석하였다.
빛의 파장이 소리의 파장이 되고, 소리의 파장이 음악과 선율이 되는 나의 작업은 과거 음악이 나의 작품에 실어주었던 아름다운 감동을, 캔버스 위의 빛의 파장을 통해 만들어낸 나의 음악으로 답하고자 한다. 에서 나는 나의 음악이 스스로 춤추는 것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