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혜자의 그림들은 유희적 자신감과 열정의 충만함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 작가의 작업은 늘 그 중심에 관객들에게 질료적 현실에 바탕을 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명백한 충동이 있다 (그러므로 그녀는 강렬한 느낌의 테두리를 사용함으로써 우리에게 제례적 가치를 지닌 물건들을 상기시킨다). 하지만 각 작품 속에 공존하고 있는 초월적 현실에 대한 언급과 비물질성의 상호작용에 대한 필요성도 또한 인식하고 있다.
그녀가 화려한 색으로 서로 엮어 표현한 부분들은 대상화된 것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그 부분들은 모방적 울림, 그리고 명료한 주제를 포기하고 싶은 단호한 욕구 사이의 동등한 맞교환이 필요하다고 회화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반면에, 구상적 이미지를 가진 주제는 문혜자 작가의 생기 넘치는 회화들을 가득 채운다.
이러한 상반됨이 작가의 작업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작가의 주요한 자질이며, 그것은 회화와 조각 모두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법 같은 전능함의 원천이기도 하다. 문혜자의 작품들은 모두 관람자들에게 모서리 작업과 움직임, 양감, 그리고 색깔의 관계를 경험하도록 하는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더욱이 작가는 인공물, 자연물, 혹은 이 두 가지의 합성물을 가지고 작업함으로써 작품 속에 유기적이고 비-유기적인 시각적 부호들을 세심하게 조화시키고 있다고 암시한다.
작가의 작업의 유희는 바로 고대 철학자 아폴로니우스가 우리에게 “모방 능력”이라 불렀던 것으로, 우리의 정신에 깃들어 있는 추상적 모양들과 양식 그리고 형상적 요소들에서 인식해내는 투사 능력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문혜자는 앞서 말한 인지적 분류행위를 관람자들이 머리 속으로 하게 만드는 대가임에 틀림없다. 작가가 고안해 낸 형태, 질감, 그리고 색감은 관람자들이 머리 속으로 연상력을 사용하여 충분히 빨리 어떤 생각들을 이끌어 낼 수 있을 만큼 회화적 방법으로써의 가치를 갖는다.
그러므로 만들고 연결하고, 암시하고 투영하는 복잡한 상호작용은 그녀가 그린 형상들과 그 제목들을 마주하는 관람자들의 눈과 정신에 매 순간 일어나게 된다. Music for Ending Story를 예로 들면, 원형의 패턴 형식은 상징적이면서 동시에 작가의 작품의 연대기적 측면을 알려준다. 그 상징적 형상들은 추진 로켓, 사당, 혹은 다산의 상징들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작품의 즐거운 점은 이렇게 여러 가지 상징으로 작품을 채우고, 작가가 솜씨 좋게 연상시키는 공간의 유희를 통해서, 무엇이 실제이고 비-실제인지 알아내기 위해 우리의 감각을 총 동원해야 한다는 점이다. 작가의 뛰어난 디자인 감각과 그녀의 질감과 비례에 심미안이 작품에 돋보이는 것 처럼, 자연물과 물체의 양감에 대한 작가의 깊은 연구 또한 작품 속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형태, 구조, 동작에 대한 몰두는 작가로 하여금 자신 만의 고유한 작품을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문혜자 작가의 그림들은 저마다 힘을 뺀, 무심해 보이는 필연성이 관람자들을 맞이한다.
맨하탄에서 예술 평론가 존 오스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