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페어즈 인터내셔널 뉴스페이퍼 / 뉴욕, 발행번호 11 2010
p. 18 문혜자- 로간 릴레이
문혜자의 생기 넘치는 작품 속에서 색과 무늬, 그리고 형태의 충돌은 만화경처럼 서로를 향해 얽혀있다. 처음 그것들을 바라보려 다가가면 어디에 시선을 두어야 할 지 어리둥절하기 십상이다. 관람자는 상상의 덩어리들을 만들어내기 위해 서로의 위에 얹혀진 채 대조를 이루는 것들의 뒤범벅과 마주한 채 어안이 벙벙해 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능란하게, 대체로 이 작가의 작품의 특성으로 굳혀진 응집력 있는 양식을 형성해 낸다.
문혜자의 회화에서 색은 필수적인 그리고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부드러운 연한 청색과 밝은 분홍, 대담하고 기운찬 주황, 강하고 뚜렷한 빨강, 그리고 가장 흥분을 증폭시켜주는 노랑 등의 색들을 결합시키면서 작가는 색의 역할을 팔레트의 포화상태 수준 까지 끌어올려 색깔들이 확실하게 그 가장 큰 잠재 에너지를 전달하도록 해 준다. 작가의 검은 혹은 잿빛의 덧붙인 구역은 그렇지 않았다면 진동했을 풍경에 꽤 흥미로운 효과를 안겨다 준다. 이러한 색들이 갑자기 약하고 차분한 무언가와 병치되었을 때, 그 대조가 그 색들의 열정과 삶을 진동시킨다.
어두운 조각을 구불거리는 노랑이 가로질러 급박한 존재감으로 요동친다. 비슷하게 밝은 심홍색스타카토 음표들이 녹색 위에 유기적인 형태로 놓여있다. 그러한 대조는 일종의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유발하며, 일면 관람자들이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전달한다. 이러한 촉각적인 해석들은 문혜자의 작품에 아주 흔히 발견되고 있는 시각적 동기로 확고해졌다. 하나의 회화작품 안에 초점을 이루는 부분을 형성하는 중앙의 덩어리 형태의 안팎에 중간 보라색이 내질러져 있다. 실타래와 같은 주황색 선들이 그 보랏빛 구역 위에 얹혀, 시각적인 밀기와 끌어당김을 강화시켜 다시 한번 마치 누군가가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삼차원적 공간감을 불러일으킨다.
앞서 언급했지만, 작가가 그림에서 에워싼 그 무늬들은 촉각적인 요소임을 제안한다. 멀리서 보면 문혜자의 구성은 직물의 느낌을 묘사하기 위해 이러한 무늬들을 사용한다. 감각을 지각할 때 이러한 네거리 구성은 일종의 환각을 일으키는 경험, 즉 여럿이 동시에 이야기할 때 다혈질적 흥분을 통해 암시되는 상상의 일과 매일매일의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망각의 구렁 혹은 혼란의 상태를 일으킨다. 하늘의 무지개, 만개한 꽃들, 잔디 위의 조약돌들 등을 모두 한번에 지켜보며, 관람자들은 공간과 공간의 틈에 들어선다. 그곳은 기억과 꿈에 가까운 무언가 이지만, 시각적 색체와 무늬 속에서 발견되는 초현실적 강렬함으로 채워져 있다.
밝은 주된 색들이 이렇듯 흥분된 회화를 구성한다. 그로 인해 강렬한 대조가 만들어지면서도 그 색들의 명랑한 특성상 작품을 젊고, 쾌활하며, 아주 생기 있게 만들어 준다. 그 무늬 역시 날카롭지만, 단순하고 율동적이며, 조화로운 분위기를 구성한다. 상상을 재현하는 경우를 담는 주머니 이외에 보태어 적용되는 문혜자 작품의 이 두 가지 양상은 그들 스스로에게 독특한 요소를 부여하지만, 함께 보기 드문 역동성을 발전시킨다. 당당히 중앙에 위치한 색 팔레트는 팝 아트를 연상케 하고; 흐르는 물처럼 구불거리는 모양의 무늬들과 결합된 구성은 옵 아트와 가까워 보이며; 일상 오브제들과 경치들을 담은 창과 이모든 것들이 결합했을 때 뒤틀리고 혼란스런 현실이 화면위로 떠오른다.
앞서 묘사한 작품 다음으로, 문혜자의 다른 연작들은 훨씬 유기적이고, 부드럽고, 가벼운 느낌이다. 종종 꽃들과 식물들, 그리고 다른 자연적 영감들을 조심스럽고 조용하게 묘사한다. 문혜자는 다른 작품들에서는 찾을 수 없는 섬세함으로 이 연작들을 다룬다. 종잡을 수 없고 가벼운 붓놀림들이 현실적 느낌을 실외 풍경으로 해석하면서, 작가의 화폭을 화려하게 만들어준다. 그것을 보는 관람자는 마치 바람에 실려 떠다니는 듯한 느낌을 느낄 수 있다. 부드러운 분홍과 파랑이 차분한 보라색과 연노랑과 함께 각 부분 마다 조용한 분위기를 구성한다. 이 부분들은 장엄하고 고독하며, 대게 꽃 한 송이 혹은 꽃 무더기들이 있으며, 혹은 실외가 꽃병 안에 담기기도 한다. 이러한 부분들의 미묘한 본질은 그들의 색 팔레트와 쓸쓸한 주제에 의해 결정된다.
주변의 다소 덜 중요한 부분들을 구불거리게 만드는 것은 문혜자의 다른 연작 작품들도 비슷하게 보이게 하지만 좀더 대담해 보인다. 진동하는 연 초록색은 시각적인 모티브를 하나로 통합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실물에서 아주 흡사하게 취했을 법한 더 자연스럽고 재현적인 색들과 대조적으로 이 충격적인 거의 네온의 형광녹색은 앞서 언급한 작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흥분과 생기 속에 섞여있다. 게다가 이러한 작품들은 훨씬 더 강렬하고 대담하게 색을 적용하는 듯 하다. 시각적 강조로 집중된 구역을 두텁게 칠하는 것은 작가의 특색으로써 관람자를 처음 이끌고 자꾸만 되돌아 보게 하는 초점이자 흥미를 유발시키는 부분이다. 부드럽게 완성된 다른 표면과 대조적으로 이 부분들은 그 주변부들의 위에 얹혀져 문자 그대로 삼차원적 요소를 창조하고, 예상했던 평평한 표면을 비틀고 대체한다.
문혜자의 작품들은 바삭바삭하고 말끔한 구조를 가진 혼돈에서 우아하게 부여 받은 자연의 영묘함과 섬세함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색의 분광의 가장자리 마다 그리고 거의 모든 틈새 공간들을 수없이 연구하여 문혜자의 작품은 그녀의 화가로써의 기술과 능력, 그리고 자질의 인상적인 영역을 펼쳐 보인다.
번역 조소영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