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혜자展 4.20-29 갤러리 퓨전
재즈와 미술이 만났다. 조각가로 잘 알려진 문혜자는 이번 청담동의 갤러리 퓨전 전시에
서 재즈의 즉흥적이며 완벽하지 않은, 불규칙한 음율을 회화의 조각으로 표현한 작품들
을 선보였다. 일산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서 작품세계를 들어봤다.
ㅡ조각에서 평면작업으로 이행하게 된 계기는?
오랜 기간 클래식 음악에 심취해 있었으나, 1996년 뉴욕에서 마리아 슈나이더의 재즈 콘
서트를 감상한 이후 취향을 바꿨다. 딸아이가 재즈 작곡을 하면서 실수로 여러 번 고쳐 연
주하는 기이한 음악(재즈)이 듣기 싫지 않았고, 새로운 느낌은 물론 재즈가 갖는 불협화음
에서 지금까지 느끼지 못한 감정이 일면서 새로운 미술에 대한 충동을 재촉했다.
재즈가 준 신선한 충격은 내 상상력을 진일보하게 해주었다. 그런데 재즈가 갖고 있는 '즉
흥성'을 정확히 표현 하기에는 즉흥적인 작업이 가능한 평면작업이 조각보다 적합하다.
대개 오랜 시간을 생각한 뒤에 작업을 시작하는데 일단 작업을 하면 재빨리 -즉흥적으
로- 끝낸다. 그리고 평면작업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며 1967년부터 해왔다.
ㅡ채색이 밝아보이고, 인상주의 작가가 즐겨 사용했던 보색효과가 엿보인다.
색은 주로 노랑, 자주, 보라, 청색을 사용해서 보색효과를 위한 색조합을 염두에 둔다는
면에서 인상주의 화가와 유사한 면모가 보이겠지만, 자연이 모델이 아닌 상상과 재즈의
세계가 캔버스에 옮겨진다는 점이 다르다. 대학 시절에는 고갱과 서머셋 몸을 흠모했다.
특히 고갱의 강렬한 색감과 그의 자유로운 삶을 동경했다.
ㅡ작품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는가?
'상상'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그것을 기반으로 작업 한다. 그 '상상'이란 전통적인 굿판, 우
주, 사회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는 욕구 등이다. 특히 재즈의 자유로운 음색은 나를 환
상의 세계로 이끌 뿐만 아니라 작업에 강한 색채와 자유분방하고 예리한 선을 준다.
어쨌든 작품에 등장하는 오브제가 상상의 산물이라, 실재하지는 않지만 빛이 들어감으로
써 볼륨감이 형성된다. 그와 함께 빛은 환상. 정신세계의 반영이다.
월간미술 - 원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