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04 작가 문혜자 )
*근간에 와서 현대 Jazz 특히 오케스트라와 어우러지는 Jazz에 심취되고 있는 이유는 나의 귀에 익숙해져 있었던 20세기 Classic 음악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jazz가 나의 정신을 보다 더 현대적이고 자유로운 환상의 세계로 이끌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욕구가 이끄는 대로 Drawing한 작품들 중에서, 특히 기묘하게 생긴 로켓이 꼬리에 불을 뿜으며 공간 속으로 아주 빠르게 질주하고, 나무 토막이나 돌 그리고 어떤 물체들이 마구 떨어져 내리는 상상을 하면서 거의 무의식의 상태에서 즉흥적이면서도 온 정신을 집중하여 제작한 작품을 보면서, 나의 작업이 Jazz의 즉흥적인 테크닉(Improvisational Technique)과 맞물려 가고 있음을 느끼기도 하였다. 내가 본격적으로 그림공부에 몰입하면서부터, 부드러우면서도 리드미컬하게 꼬여져 있는 형태가 나의 Drawing에 가장 많이 등장한다. 그것을 보면서 그러한 표현 또한 Classic이 아닌 Jazz의 표현임을 느낀다.
*부드러운 물체가 꼬여져 대단한 볼륨을 형성하고, 그 주위에 뒤떨어진 물체들이 마구 흩어져있으며, 때로는 하늘 사다리나 피아노의 건반을 예기치 않게 표현 되기도 하였다. 공간 속에 어지럽게 휘감기는 천 조각들을 상상하면서 나의 정신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다시 그것은 율동적인 형태로 표현되었다. 그것은 때때로 내가 한국의 전통적인 굿 판에서 등장하는 무속인의 의상을 상상하고 있음을 느끼고 스스로 놀라기도 하였다. 나의 감정과 작업에너지 그리고 나의 정신을 환상의 세계로 이끌고 가는 Jazz의 음색은 나로 하여금 작업에 강한 색채와 자유분방하고 예리한 선을 그리도록 해 주었다. 특히 Jazz 연주회에서 본 연주자 들의 즉흥적인 연주는 나의 작업 방향을 바꾸어 놓았다. 언제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 예술 작업은 예술가들의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창작의 발로라고 여겨진다.
*나의 작업을 새로운 것으로 이끌고 가는 Jazz의 매력은 나의 작업을 아주 다양하게 바꾸어 놓았다. 입체에서 평면으로, 평면에서 입체로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Drawing으로 ......... 대학시절부터 나는 Classic음악에 무척 심취해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Classic음악이 다소 답답하게 느껴진다. 정장이 아닌 평상복차림의 Jazz가 더욱 더 편안하고 때로는 멋있어 보인다. 나는 재즈의 보다 현실적이고 놀랍고 때로는 제멋대로이며 때로는 음악적인 면에서 뛰어난 기술에 매료된다.
*언젠가 Miami에서 본 뮤지컬 Rent의 충격적이었던 무대장치는 나의 정신을 혼돈 속에서도 신선한 체험을 안겨주었다. 찌그러진 자동차 더미와 굉음, 어둠 속의 강한 색 그리고 청바지 차림의 연기자들을 대하였을 때, 마치 전위예술을 보는 듯 하였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기엔 이미 진부하게 여겨지는 현대예술에서 이제 남은 것은 충격적인 연출만이 관객의 흥미를 끌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Jazz의 느낌을 조각만으로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알기도 하였지만, 나의 내면에 내재한 색채나 형태에 대한 욕구가 Jazz의 음색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평면 작업에 불을 지폈다
2000. 4. 작가 문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