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가득 담긴 컵은 불안하다. 하지만 넘실대는 물은 덜어내면 물컵은 편안하게 보인다.
마찬가지로, 찢어진 네모조각이 편안해 보인다. 근간에 와서 발견한 나의 조형 언어이다.
찢어져 나간 네모 조각이 갖는 조형적 의미는 덜어 낸 물컵 처럼 즉, 비움이 만들어내는 편안함으로 작용한다.
동시에 반듯한 모서리와 무작위적으로 찢겨 나간 거친 표면이 하나의 도형 속에 공존하여 생기는 역설적 긴장을
충분히 상쇄시키는 패턴이다.
처음 나를 그림에 매료 시켰던 세잔느의 그림은 헐렁하다.
그 헐렁한 작품의 공간들은 나의 감탄을 자아냈다.
그러한 틈새기법은 항상 존재했다. 그리고, 이제 나의 그림에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헐렁 하고 편안하게 최대한 비워도, 꽉 채워진 그림보다 더 완벽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
한 부분이 찢어져 나간 네모는 덜어낸 물컵이 가진 철학적 의미를 표현하며,
그리고 나의 그림에서 비움으로 가벼워진 내 마음이 호흡하는 작품을 완성한다.
2020년 8월 23일 작가 문혜자